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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온다/나카시마 테츠야] 거짓 그리고 악령(스포있음)
    Movie/영화보면 쓰자! 2020. 3. 25. 18:05

    출처 다음영화

     

    일본에서 2018년에 개봉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온다>라는 영화가 3월 26일 한국에 정식 개봉한다. 나는 어제 CGV 명동 라이브러리에서 상영하길래 서둘러 보고 왔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를 기다려왔기 때문! <불량공주 모모코>, <고백>, <갈증> 내가 좋아하는 그의 작품이다. 그중에 <갈증>이라는 영화를 가장 인상 깊게 봤다. 한 여자의 악마성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랄까 고마츠 나나와 갈증의 주인공은 소름 끼치도록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고마츠 나나의 악랄한 웃음과 풀려있는 눈빛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사회적 위치가 낮다고 할 수 있는 여자 고등학생이 그토록 주변의 어른을 철저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통쾌한 부분도 있었다. 

     

    이번 <온다>는 어딘가 독특하긴 했다. 한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는 나카시마 테츠야의 장르적 색채로 그리고 있었지만, 악령과 영매사, 퇴마의식, 굿 이런 요소를 사용하면서 그의 판타지적 호러요소가 한층 더 극화된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사람 토막 내고 피칠갑하는 내용을 잘 찍는 감독인데, 악령까지 더해져서 완전 장르가 저세상으로 간 느낌이었다. 약간 코믹한 부분들도 있었고. 살인, 추리, 수사 이런 것들과 악령이 나오는 공포 영화를 어색하지만 잘 버무렸다고 할 수 있다. 

     

    출처 다음영화

    영화의 시작은 한 아이의 아버지인 히데키(츠마부키 사토시)의 어린시절부터 시작된다. 숲 속에서 여자애가 어린 히데키에게 말한다. 너도 결국 데리러 올 거라고 거짓말 쟁이니까. 히데키는 카나(쿠로키 하루)라는 여자를 만나고 평범한 결혼을 한다. 아이도 갖게 되는데, 아이의 이름은 '치사'다. 히데키의 직장동료가 '치사'라는 분이 회사에 찾아왔다고 전했고, 그 동료는 등에 알 수 없는 상처가 생긴다. '치사'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은 건지 기억하지 못하고 그대로 아이에 이름으로 사용하는데 이때부터 극의 분위기가 점차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사실 극 초반에 히데키와 카나의 너무나도 빛나는 결혼생활을 보여주고 있어서 상당히 두렵긴 했다. 큰일이 나겠구나 싶었다. 

     

    겉보기에는 마냥 다정해보이는 히데키의 작지만 이상한 행동들이 관객들의 기억에 차곡차곡 쌓인다. 육아 블로그, 여자 동료와의 관계, 임산부인 카나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저 참으라고 하는 행동. 그러던 어느 날 히데키 집에 걸려있던 부적들이 다 잘려 있고, 카나와 치사가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한 히데키. 히데키는 어릴 적의 기억이 떠오르며 '그것'이 곧 다가올라는 확신을 가진다. 민속학을 연구하는 친구 '츠다'에게 가서 귀신에 관련돼서 상담하는데, 그때 '츠다'는 이런 말을 한다. 

     

    귀신이라는 건 없어. 다 옛날에 아이를 죽이는 풍습을 정당화 시키려고 귀신의 짓이라고 하는 거지.

     

    그리고 다음 장면에 노자키(오카다 준이치)와 마코토(고마츠 나나)가 나온다. 알 수 없는 '그것'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오프닝에 가장 이름이 먼저 나오는 건 오카다 준이치다. 그런데 내내 히데키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왜 주인공이 중간에 나오지? 아니면 왜 주인공이 중간에 죽지?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히치콕의 <사이코>처럼 말이다. 모든 이야기가 히데키의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그는 두 동강이 나서 죽어버린다. 이제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 거지 혼란스럽다. 감독은 그 혼란스러움을 잘 이용한다. 

     

    히데키가 죽고 카나가 혼자 치사를 키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관객들은 자연스레 그녀에게 이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 또한 의뭉스러운 지점이 스물스물 드러난다. 그녀 또한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이 또 나타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절대 현혹되지 말라는 <곡성>도 떠오른다. 그렇게 인간들은 조금씩 악령에게 갉아먹히고 있었다. 악령의 힘은 더 커져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고, 영매사인 마코토의 언니 코토코(마츠 타카코)는 카나가 사는 멘션에서 굿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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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것'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츠다'의 말처럼 인간이 저지르는 일을 덮기 위해 귀신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 히데키나 카나는 스스로가 '그것'의 존재를 키운다. 히데키와 카나, 그들이 아이에게 대하는 모습들에서 진심이 보이지 않았다. 좋은 아빠, 남편을 연기하는 데 바쁜 히데키에게 진짜 자신의 모습이 뭐였을까 싶다. 카나도 술 취한 엄마에게서 자라난 악몽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걸까. 이 영화에서 진심으로 자신의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을 사랑하려는 캐릭터는 마코토 정도일 뿐이다. 껍데기뿐인 인간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나약해질 수 있는지를 '그것'이라는 존재를 통해 보여준다. 

     

    출처 다음영화

    여성 서사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만족한다. 마코토는 유일하게 극 중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려는 캐릭터다. 치사의 아빠와 엄마인 히데키와 카나보다 더 치사를 위한다. 자신의 몸을 던져 치사를 구한다. 물론 마코토의 직업이 호스티스이고, 등장할 때 팬티 차림의 엉덩이를 보여준 건 아쉬운 장면이었다. 영매사인 코토코는 초반에 목소리만 등장하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믿을 건 이 사람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인함을 내뿜는다. 마지막 굿 장면도 생각도 못할 정도로 성대했다. 한국의 무당도 불렀는지 '천하대장군'이라는 깃발도 보이고, 한복도 보였다. 

     

     

    인간의 나약한 본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잔혹한 공포 장르의 영화다. 나카시마 테츠야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이다. 피의 향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평점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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